[2019 유럽연수보고회-후기]

지난 8월 14일, 유럽연수보고회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성착취 근절을 위한 여러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참여자분의 소중한 후기를 공유합니다.

2019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유럽연수 보고회 후기_조연(젠더&섹슈얼리티 연구소 숨)

<2019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유럽연수 보고회>에서는 2019년 6월 전국연대 활동가들이 노르딕 모델을 채택한 국가(스웨덴, 프랑스)에 방문하여 조사한 정책의 현안과 효과가 발표되었다. 이에 더해 2018년에 진행된 서유럽 성매매 합법화 국가인 네덜란드와 독일 연수 내용, 성매매 합법화 국가 호주 사례, 한국의 성매매 방지 정책과 성매매 여성 지원체계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다. 발표에 따르면 스웨덴과 프랑스는 성매매가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한 형태라는 이해에 기반하여 노르딕 모델을 채택하였다. 이러한 이해에는 성매매 ‘생존자’와 반성매매·성평등을 목적에 둔 여성운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각국의 구체적인 정책 내용 및 실행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성매매 산업과 인신매매 규모 감소, 성구매를 남성 문화가 아닌 폭력으로 이해하는 인식 전환 등의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충분한 성구매 단속, 적절한 성매매 여성·이주 여성·피해 청소년 지원 체계 구축, 안정적 재정 확보 등의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한편 네덜란드와 독일, 호주의 경우 각각 성매매 여성이 착취당하는 현실의 변화, 성매매 여성의 인권 보호, ‘성노동자’ 보호와 성산업의 ‘투명화’를 목적으로 성매매를 합법화하였다. 그러나 성매매 합법화는 업주나 성구매자가 아닌 성매매 여성에게 의무와 규제를 부여하였다. 이에 더해 성매매 피해와 탈성매매에 대한 지원이 부재한 상황은 성매매를 오로지 여성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 두면서 여성들의 경제적·정치적·일상적 상황을 제약하였다. ‘노동’을 둘러싼 사회 구조적 맥락뿐만 아니라 ‘성’이 놓여 있는 위계적인 젠더 질서를 삭제하면서 ‘불가능한’ ‘성노동’만 남게 된 것이다. 이는 성매매 합법화가 ‘보호’한다는 것이 성매매 여성들이 아니라, 여성들을 착취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닌지, 이를 통해 남성 중심적 위계질서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성매매 방지 정책 변화를 공유하면서 전국연대 활동가들은 한국에서 노르딕 모델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만들어갈 것이라 하였다. 일련의 발표들은 한 사회의 성매매에 대한 이해와 현실, 여성운동의 방향 등이 정책 구상과 계획, 실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정책을 만들고 실행·실천하는 사회 구성원들이 이러한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드러내며 노르딕 모델이 단순히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국연대 활동가들은 성매매 정책들을 단순히 좋고 나쁨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각각의 정책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하였고 이를 위해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으로 떠났다. 한국에서 번역되고 공유되는 제한된 지식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지점들을 현장에서 수집한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 다양한 도시에서 다양한 활동가들을 만나며 성매매 정책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채택되고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한 것이다. 종이 한 장 한 장을 빼곡히 채운 자료들은 젠더 불평등과 폭력에 대한 이해가 부재한 사회에서 ‘성노동’ 패러다임은 여성에 대한 착취 문제 해결과 여성 인권 보호를 목적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와 개인의 위치성을 삭제하고 가해와 피해의 구도를 어그러뜨리고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만을 강조하면서 모든 책임을 여성의 몫으로만 남겨둔다는 것, 이로 인해 여기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더욱더 중첩된 어려움에 놓이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활동가들은 노르딕 모델의 긍정적 효과만을 강조하거나 완전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노르딕 모델의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솔직하게’ 짚어내면서, 노르딕 모델이 ‘성평등’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활동가들의 발표는 현실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에 기반하여 한국의 노르딕 모델을 고민해야 하며, 이때 현실을 파악하는 관점은 ‘타자화된’ 자들의 구체적인 경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가르쳐준다. 나아가 특정한 정책 모델로의 전환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점, (어쩌면 완결 없는) 지속적인 과정이라는 점, 정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변화를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9년 ‘버닝썬 게이트’, 故장자연 배우 사건,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 등이 가시화되면서 여성 착취에 기반한 성산업과 젠더 폭력·불평등이 주요한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검·경찰은 정확한 방향의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여전히 ‘저들의’ 성매매·성착취는 잘못이라 이야기하면서도 ‘내’가 하는 성매매는 잘못이라고 인지조차 하지 못 하는 이들이 있다. 이에 더해 일부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조직된 성소수자 혐오 세력에 의해 ‘성평등’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반대’ 대상이 되었다. 스웨덴과 프랑스에서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노르딕 모델(성평등 모델)을 채택하였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국에서는 노르딕 모델로의 전환에 앞선 복잡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는 점을 가늠해볼 수 있다. 전국연대 활동가들은 자신의 고민과 지식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청중들에게 페미니즘과 백래쉬, 혐오, 무지와 무관심 등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각자의 역할과 책임, 연대에 대한 질문을 남겨주었다. 이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