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군산개복동 화재참사 20주기 성명서]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20년,
여성을 죽이는 폭력의 역사, 이제는 끝내자!

2002년 1월 29일 오전 11시 50분, 군산 개복동에 위치한 ‘아방궁’과 ‘대가’라는 유흥주점에서 불이 났다. 15분 만에 소방차가 출동하고 25분 만에 화재가 진압되었음에도 건물 안에 있던 15명은 모두 사망했다. 영업을 마친 여성 14명, 업소 감시인이자 관리자였던 남성 1명이 잠을 자다 참사를 당했으며 모두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철문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밤늦도록 술을 마셔 판단력이 흐려져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 취중에라도 비상탈출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종업원이 자주 바뀌니 바뀔 때마다 해야 한다.” 화재참사 당일 전북도지사가 한 말이다. 화재참사의 원인과 결과의 책임을 희생된 여성들의 탓으로 돌리는 거짓 브리핑이었다. 경찰과 지자체는 이번 사건은 “군산 대명동 성매매업소 화재참사”와는 질적으로 다르며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성매매업소에 고용되어 있었다고 둘러대기 급급했다.

그러나 실제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것은 외부에서 잠긴 1층 출입문, 열쇠가 있어야만 열리는 특수제작 된 2층 계단 출입문, 외부에서 보이기엔 창문이었지만 내부에서는 창문이 없도록 막아둔 베니어합판이었다. 여성들은 개인 활동을 할 수 없었으며 1층에서 합숙 생활에서 하며 목욕탕과 슈퍼도 관리자와 동행해야 했다. 사실상의 감금과 일상적인 착취에 대한 진실을,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피해여성의 일기장이 증언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화가 난다. 사는 보람이 없어. 하루라도 빨리 이런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비둘기야 얼마든지 날아다닐 수 있으니까. 언젠가 네가 나한테 이야기했었지. 나갈 수 있냐고. 난 도무지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었어. 입장이 난처했지.”

무참히 목숨을 빼앗긴 희생자들의 일기장은 마침내 참혹했던 성매매업소에서의 감금과 착취를 세상에 알렸다. 그 후 군산 개복동 성매매업소 화재참사는 성매매피해자 지원체계를 구축한 2004년 성매매방지법 제정으로 이어졌고 성매매 문제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부승소하면서 국가에 그 책임을 물었다. 우리 사회는 성매매/성착취문제를 폭력과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성매매 문제의 착취구조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가해자와 공모자 및 알선범죄 행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연시 되어왔던 성매매 집결지는 하나 둘 폐쇄되고 있으며, 디지털 성착취 문제에 대한 대응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착취는 더욱 교묘해지고 혐오와 비난의 칼끝은 여전히 여성을 겨누고 있다. 성매매의 착취구조를 해체하고 성매매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은, 피해를 입증하지 못한 소위 ‘자발적’ 성매매여성을 처벌함으로써 반쪽짜리 법이 되어버렸다. 성착취의 원인과 결과의 책임을 오롯이 여성에게 돌리는 동안에 가해자와 공모자들은 그 뒤에 숨어 이 거대한 성산업 착취 구조를 공고히 하고 있다.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20년, 우리는 수많은 여성들의 죽음과 희생자를 기억한다. 우리가 일상적인 성착취 현장을 내버려둘 때, 반복되는 비극 속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또다시 피해여성들임을 똑똑히 기억한다. 성매매/성산업 착취구조의 해체는 반복되는 비극을 막고 성별불평등한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적 책무다. 이를 위해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을 멈추고, 이들을 착취의 피해자로 인정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하라!!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한번 목소리를 높인다.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를 기억한다. 성매매/성산업 착취구조 해체하자!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을 멈춰라! 성매매여성 처벌하는 성매매처벌법 개정하라!
성매매와 성착취로 희생된 여성들을 기억한다. 여성을 죽이는 폭력의 역사 이제는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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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광주여성의전화 부설 한올지기,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목포여성인권지원센터 디딤, 대구여성인권센터, 수원여성인권 돋음, 인권희망 강강술래, 새움터,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여성인권 티움,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제주여성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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