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봄 소식] <바다 위 정류장> 발간

2020년 크리스마스 이브, 해봄에서 발간한 <바다 위 정류장>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힘들어도 자신과 마주하는 것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글을 퍼올린 해봄 선생님들, 가장 가까이에서 누구보다도 성실히 열심히 애쓰셨던 담당자 하랑샘, 묵묵히 곁은 내주고 응원해줬던 보다샘들과 글짓기를 위한 벽돌을 만들 수 있도록 글쓰기 강연을 맡아주신 희정샘, 고전을 다시 함께 읽으며 성찰하는 걸 곁에서 도운 조이스박샘,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의 노고로 이 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래는 조이스박님이 써주신 추천사입니다.

제가 이 추천사를 쓸 자격이 있을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좁디좁은 세계에 살아온 내가 공감의 다리를 건너 누구에게 닿으려고 하는 시도 자체조차 나의 선한 면을 확증하려는 위선이 아닐까 망설이게 되고, 아직도 저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은 어디까지가 배려이고, 어디까지가 구속인지 헷갈리는 미욱한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상처에 대해서는 알 것도 같습니다. 제가 아는 아픔과 슬픔은 그래요. 싸울 때에는 때리거나 찔러오거나 베어오거나 하는 힘에 맞서느라 긴장하고 힘을 끌어 모아 방어하거나 저항하기 때문에 외려 아프거나 슬픈 걸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긴장이 풀리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면 바쁘고 힘든 와중에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우루루 살아나서 나를 힘들게 하더군요. 상처에서 살아남은 다음에 비로소 내게 사람들이 내게 준 상처들을 꺼내어서 복기하게 되는데, 이건 마치 날을 벼리지 않은 뭉툭한 칼로 내 마음이 해어질 때까지 그어대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왜 난 그 때 그런 선택을 한 걸까, 왜 난 미련한 짓을 한 걸까 자책하는 마음도 더해져서, 다 해어진 마음의 막이 터지면 가두어둔 댐이라도 무너지듯 나를 휩쓸어갈 홍수가 날 것도 같았습니다. 행여 마음이 터져 홍수가 나면 내 정신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서 애써 마음을 부여잡고 버티는 시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살아남은 이후에 어쩌면 마음이 더 힘들었는데, 시간이 더 지나고 알게 되었어요. 이 시간들 동안 아팠던 건, 돌로 된 마음을 살로 된 마음으로 다시 빚는 과정이라 아팠던 거라는 걸요. 돌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강한 것 같지만 부서져 버리거나 터져 버리고 하냥 거기 그 자리에 있는 마음 밖에 못 만들지만, 살은 느껴서 아프고 연약한 것 같지만 부서지거나 터지지 않고 새 살이 돋아가며 자라고 늘어나 앞으로 나를 데려가는 마음이라는 걸요.

살아남은 이들이 글을 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해요. 느끼지 않으려고 애썼던 과거의 많은 일들을 이제 느끼며 새삼스럽게 많이 아팠을 것 같아요. 글을 썼다 지웠다 하며 망설였던 흔적과 쏟아내고 숨을 돌리며 찍어놓은 쉼표 하나하나에서, 아픔과 슬픔, 회한과 불안, 희망까지도 읽었어요. 글을 쓰는 과정이 참여하신 분들께 살로 된 마음을 입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글로 써내느라 겪은 아픔을 역설적이지만 축복해요. 이제 살로 된 마음으로 세상을 사실 수 있기를. 연약한 살이라 울고 아프고 할 일들도 있겠지만 동시에 웃고 기뻐할 일도 있으실 테니까요.

생명은 멈추지 않고 자라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고 믿습니다. 마음은 그렇게 계속 자랄 거예요. 그리고 살로 된 마음을 입은 자들은 이제 자신을 안아줄 수도, 손을 내밀어 다른 이들의 손을 맞잡을 수도, 더 나아가 넘어진 이들에게 붙잡으라고 내밀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이 책을 내기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가실 길을 더욱 축복해요. 그리고 이제부터 절대 혼자가 아니실 거예요. ‘보다’의 사람들과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글쓴이들을 응원하니까요.

사랑을 담아,조이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