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기자회견] 안태근 무죄판결한 대법원 규탄 기자회견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의 불이익 외면하는 대법원을 규탄한다!

▪일시 _ 2020년 1월 13일(월) 오전 11:00
▪장소 _ 대법원 앞
▪주최 _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회_감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 발언1 _ 검찰 고위층에 의한 성폭력, 계속 방치되어야 하는가?
–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사무처장)
○ 발언2 _ 여성노동자들의 외침에 원점회귀로 답한 후안무치한 판결
–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
○ 발언3 _ 현실을 도외시하는 사법과 그에 맞서는 미투운동
○ 발언4 _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싸움과 사회변화의 과제
–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회 김예지 청년위원)  
○ 기자회견문 낭독
– 한국여성단체연합,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민우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발언문 1

검찰 고위층에 의한 성폭력, 계속 방치되어야 하는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소위 미투 1호인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곧 2년이 됩니다. 이는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뒤이어 수많은 성폭력 사건이 앞다투어 세상에 알려진 지 2년이 된다는 의미이자, 새삼스럽게도 성폭력 사건의 정의로운 해결이 얼마나 요원한 것인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전 사회적 각성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지 2년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며칠 전 안태근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는 판결이었습니다.

재량이라니요.

대법원은 “여러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종합하여 인사안을 작성할 재량이 있고, 그 과정에 각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모두 충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재량의 범위 내에서 우열을 판단하여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재량은 자기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법원에 묻습니다. 재량이란 것이 온전히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까? 재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반성폭력운동의 핵심은 잘못된 통념에 맞서 싸우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소위 “객관적”, “중립적”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 가해자 중심적인지 드러내고 비판하고 바꿔온 역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량이라니요.

대법원은 재량을 말하기 전에 재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두루 살펴보아야 했습니다. 통념과 권력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개인은 없습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볼 때 검찰 고위층에 의한 성폭력이 반복된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스럽게도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성폭력을 저질러도 조직이 이를 비호하고, 은폐하고, 개탄스럽게도 이러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성공해왔다고 할 때 조직의 어느 누가 성폭력이 범죄임을 인식하고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성폭력을 문화로, 덮어주는 것을 끈끈한 동료애로 학습하지 않겠습니까.

김학의 성폭력 사건이 당시에 제대로 처리됐다면 안태근 성폭력 사건이 있겠습니까. 그 전에 차마 수면 위로 올라오지도 못한 부장검사들에 의한 성추행 사건들, 제대로 해결됐으면 그다음 사건들이 있었겠습니까. 소위 성접대라 불리는, 사실상 성착취이자 성폭력인 것들을 여전히 문화로 포장하여 즐기면서 이건 성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하시겠습니까. 여성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으면서 여성 피해자들에게 공감할 수 있겠습니까.

고위직 검사가 평검사를 성추행하고, 공연음란행위를 하고, 불법촬영을 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검찰 내부를 돌아보십시오. 덮고, 꼬리 자르기한다고 하여 잊혀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정능력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기만적인 집단이라는 오명만이 더욱 강고해질 뿐입니다.

검찰이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요?

아니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를 직면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변화를 만드는 것은 용기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어렵게 수면 위로 올라온 검찰에 의한 성폭력 사건들이 잘 해결되어야 합니다. 어렵게 기소된 사건들에 대해서 법원은 제대로 판결해야 하고,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해서는 공수처 등 외부의 개입을 통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성폭력의 기소여부를 판단할 권리는 검찰만이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올바로 서야 수많은 피해자들도 사법정의라는 것을, 그것의 실현을 만나볼 수 있는 기본적 토대를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발언문 2

여성 노동자들의 외침에 원점회귀로 답한 후안무치한 판결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우리는 미투운동 이후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피해자가 숨고 가해자가 당당한 세상. 피해자가 일상을 빼앗기고 가해자가 득세하는 세상. 그런 세상을 다시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한국 사회를 미투 이전으로 원점 회귀시키려는 후안무치한 판결입니다. 대법원 발 남성 카르텔의 역공입니다.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은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발생합니다. 약자인 피해자가 강자인 가해자로부터 당하는 폭력입니다.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후 강자인 가해자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범죄를 덮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피해자를 문제 있는 이로 몰아 조직으로부터 고립시켜 내치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들은 성희롱 성폭력으로 1차 피해를 당하고 다시 조직적 2차 피해를 당해 왔습니다. 2018년 여성노동자회가 운영하고 있는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상담 내담자 가운데 무려 60.4%가 2차 피해를 호소해 왔습니다. 이는 매우 심각한 수치로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미 2018년 개정 시행된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유형별로 세분화하여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본인의 범죄를 무마하기 위해서 내부를 단속하고 조직합니다. 가해자들은 먼저 피해자가 조직 안에서 쓸모없고 무능하며 행실에 문제가 있다며 비하와 비방을 시작합니다. 이런 말들은 피해자를 문제 있는 조직원으로 낙인찍습니다. 조직 내 굳건한 남성 카르텔은 여기에서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기득권 남성들로 조직된 남성 카르텔은 피해자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고 범죄사실에 대한 침묵을 조직합니다. 상층카르텔에서 시작된 발화이므로 조직원들은 이를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적극적, 혹은 소극적 동조만이 허용됩니다. 적극적 동조자들은 시작된 비방에 덧말을 붙이고 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사라지고 피해자는 문제 인사로 전락합니다. 피해자에게 동조하는 조직원이 발생하면 같은 부류로 몰려 매도 당하게 됩니다. 피해자에 대한 협력자를 사전차단하는 과정을 통해 피해자는 조직 안에서 고립됩니다.

본 사건에서도 이 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사건 초기 과정에서 내부감찰을 무마하는 압력이 분명하게 존재하였고 이 과정을 통해 범죄사실은 묻혔습니다. 내부 문제 제기가 불가능하다는 시그널이 계속 들어오고 압력을 이기지 못한 피해자가 문제 제기를 포기하거나 갈등하는 사이 다음 과정이 작동됩니다. 바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입니다. 2차 피해는 왕따와 폭언, 폭행, 해고, 강등, 정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합니다. 2018년도 평등의전화에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으로 상담해 온 내담자 가운데 절반이 왕따와 폭언, 폭행을 경험했습니다. 이렇게 조직 안에서 완전히 고립된 상태라면 그다음 스텝을 밟기 쉬워집니다. 파면, 해임, 해고, 강등, 징계 등이 그것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검찰이라는 위계가 분명한 조직의 특성상 빠르고 신속하게 성추행 사실을 덮고 인사 조치가 단행되었습니다. 조직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이자 책임입니다. 그 판단은 다양한 정황과 판단에 근거하여 이루어집니다. 유감스럽게도 피해자의 인사권자는 대부분의 사건에서 그렇듯, 피고인이었습니다. 이 인사의 강력한 판단근거는 피고인 본인의 범죄사실 은폐와 피해자 내몰기였습니다. 1심과 2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통영지청으로 전보 발령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검찰 내 인사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부치지청으로 전보 발령을 받았습니다. 부치지청에서 근무한 경력검사에 대하여 다음 인사에서 우대한다는 취지의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에 대해 대법원은 인사원칙의 절대 원칙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1심과 2심은 인사에서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를 최우선 고려하라는 취지이고 이와 관련한 다수의 검찰인사위원회 심의사항이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본 인사는 피해자로 하여금 사직서를 제출케 할 정도의 가혹한 인사상의 불이익이었습니다. 그것은 피고인이 정확히 의도한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의 무죄 판결은 1심과 2심이 본 인사가 검찰 인사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는 판단과 정면 배치됩니다. 조직 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사원칙을 아니라고 말하는 대법원의 판단근거가 대체 무엇인지 되묻습니다. 어떻게 같은 사실에 대해 이렇게나 서로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들은 끊임없이 재생되는 피해 기억 속에서 강력하게 작동하는 조직 내 기득권 남성 카르텔과의 힘겹고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법은 이들에게 가해자가 처벌받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희망의 통로여야 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수많은 피해자들이 바라는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헌신짝처럼 저버렸습니다. 이번 판결은 KTX승무원 해고에 대한 대법판결과 함께 대법원의 치욕과 오욕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우리는 기억할 것입니다. 오늘의 후안무치한 대법원 판결을. 그리고 끝까지 함께 싸울 것입니다.

발언문 3

현실을 도외시하는 사법과 그에 맞서는 미투운동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국장)

정신 없이 2020년을 맞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쌍용차 복직 무기한 연기. 유성기업 노동자 법정구속. 데이터법 통과. 민주당 의원실 농성중인 톨게이트 노동자에 대한 강제 퇴거 집행들을 보며 올 한 해도 결코 이 사회는 노동자들에게 따뜻하지 않을 것을 예감합니다

안태근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장의 여론이 궁금하십니까?

여론과 반응은 한가지 해시태그 행동으로 요약됩니다. #안태근 유죄

모두가 안태근은 유죄라는데. 직권남용이라고 하는데 대법원에서만 아니라고 합니다.

이번 판결에 대한 반응은 분노 유발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 판례가 가져올 변화와 퇴행이 문제적입니다.

첫 번째는 르노삼성 성희롱 피해생존자와 함께한 6년간의 투쟁으로 바꾼 고평법 14조 2항.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금지 조항이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언제라도 인사권자의 재량은 불이익 처우를 가능케 하는 근거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2018년 7월부터 발효된 직장괴롭힘 방지법으로 인해 구제되어야 할 괴롭힘 피해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노조 활동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사권이 남용될 것입니다.

실례로 현재도 성희롱 피해자를 조력하다 괴롭힘과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를 당한 언론사 여성기자는 노동위에서 유사한 내용으로 다투고 있습니다. 민주노조 활동이 위축되도록 부당배치하고 쌍용자동차처럼 복직을 미뤄도 인사권 남용 판례가 가져올 효과가 현장에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클 것입니다.

두 번째 우려점은 미투 운동으로 우리가 바꾸고자 했던 불평등하고 위계적. 폭력적인 직장문화에 변화가 나타나기 힘들 것입니다. 변화를 추구했던 자들은 모두 계약 해지. 부당한 배치와 업무지시. 저성과자라는 낙인을 받으며 고립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모든 재량을 자본과 기득권에게 위임한 결과이며 퇴행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퇴행은 미투 운동으로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여성들에게 그만하라고, 우리사회는 그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입니다.

안희정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유죄를 받은 것은 어쩌면 더 쉬운 판결일 수 있습니다. 가해자 하나 처벌하기는 쉬울 수 있습니다. 꼬리 자르기로 무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태근의 보복성 인사권 남용에 대한 무죄판결은 미투 운동이 원하는 변화. 조직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미투운동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에 우리가 분노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법원 판결이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끄는 계기가 되어야 함에도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이 절망스러운 점입니다.

우리는 현장에서부터 판결을 무력화시키는 투쟁을 할 것입니다

안태근은 유죄입니다. 사법부는 공범입니다.

발언문 4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싸움과 사회변화 과제

김예지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회 청년위원)

2018년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실에 대해 용기 내어 증언했을 때 한국의 여성들은 희망을 보았다. 더 이상 피해자가 숨지 않아도 되는 세상, 피해자가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 믿었다. 가해자는 처벌 받고 피해자는 회복 받는 사회가 될 것이라 믿었다. 서지현 검사의 증언을 기점으로 미투운동은 각 분야로 퍼져 나가 학교, 직장, 종교, 곳곳에서 여성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많은 여성들은 서지현 검사의 ‘미투’를 적극 지지했고, 한국YWCA 또한 검찰 내 성추행,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 주 대법원은 가해자 안태근의 보복 행위를 ‘재량’으로 포장하며 면죄부를 줬다. 어느 곳보다 정의로운 판결에 앞장서야할 대법원은 사회의 요구에 역행하는 판결을 내렸다.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은 고질적인 2차 가해이자 피해 사실을 은폐시키는 도구이다. 흔히 ‘남성 카르텔’이라고 불리는 조직의 견고한 위계와 결속 아래 가해자는 비호 받고, 피해자는 2차 가해에 시달리다가 견디지 못해 조직을 떠나야만 했던 상황들이 늘 반복 된다. 우리는 뿌리 깊은 성차별적 사고를 바꾸지 못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대법원의 판결에 분노하며, 가해자의 명백한 위력에 의한 직권남용이 존재했음을 재판부가 분명히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와 기업, 심지어 경찰과 검찰, 법원 조직까지 성추행과 조직 내 성폭력을 범죄로 처벌하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초범이라서, 나이가 어려서, 미래가 밝아서 등의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이에 ‘법이 두렵지 않은’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가정과 직장 등 삶의 자리에서 또다시 폭력을 가했다. 여성을 향한 폭력구조는 재생산되고 강화되어 끊임없는 성범죄 사건·사고들을 발생시키고 있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범죄, 그리고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성폭력 문제는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사회, 여성이 ‘살 수 없는’ 사회임을 보여준다. 여성들은 끊임없이 성폭력 문제를 끝내달라고 외쳤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용기 있게 말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하며, 젠더권력을 기반으로 한 여성폭력 문화를 종식해야 할 때다.

사법당국과 정부는 성폭력 가해자 및 기업 관행에 대한 공정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통해 성폭력과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묵과할 수 없는 폭력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해야 한다. 직장 내 여성의 성적대상화 및 성추행, 성폭력 척결을 위한 공무원, 검찰, 경찰, 공기업 및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행동과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모든 학교와 공기업, 민간기업 등에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인 성평등교육을 시행해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것을 요구한다.

한국YWCA 10만여 명의 회원을 비롯한 여성들은 우리사회의 성차별문화와 남성 중심의 위계적 서열문화를 타파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성폭력이 없는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목소리내며 힘쓸 것이다.

[기자회견문]

안태근 무죄판결한 대법원을 규탄한다

법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악화되는 조직 내 성폭력, 사법부는 제대로 보고 응답하라

2년전 2018년 1월 말 한국사회는 대규모 #METOO 운동의 시작을 맞이했다. 그 첫번째 조직은 다름 아닌 검찰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장례식장에서, 법무부장관을 보좌하던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 우연히 배석한 평 검사를 성추행했다. 검찰 내부에 문제제기 했지만, 내부 감찰은 되려다 말았고, 피해자 검사만 원거리에 유래없이 이상한 발령을 받으며 사건은 은폐되었다. 성폭력범죄가 일어나면 재발방지와 피해자보호를 위해 조사하고, 기소하고 제대로 된 판결을 구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조직에서 자행된 일이었다. 여성단체들은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젠더관점으로 진상을 조사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라”고, “검찰 내 성폭력 피해 전부 조사하고, 성차별적인 조직문화를 개혁하라”고 요구했다.

7-8년을 조직 내부에서 문제제기 하다가 어떤 응답도 없었을 때, 피해자만 조직에서 조용히 나가기를 압박할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우리 사회는 가르쳐주어왔는가? 미투운동은 이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소리내서 말하게 만들었다. 피해자의 용기있는 목소리는 한국사회 많은 조직에서 무마, 은폐, 가해자보호, 피해자고립을 자행해온 문제를 드러나게 했다.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가 겪은 강제추행은 공소시효도 도과하여,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행사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형법 123조를 이용하여 고발했다.

검찰에서 이를 기소하고, 1심과 2심에서 검찰 내 부당한 인사조치가 있었는지 상세한 심리를 거쳐 실형 2년의 형을 선고했던 것은 그동안 이와 같은 사건들이 쌓이고 묵혀온 현실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었다. 그런데 2020년 1월 9일 대법원은 2심 판결에 대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그동안의 성폭력 무마 은폐에 이용되어 온 수단이자 도구인 인사 불이익 조치와 그에 대해 책임을 묻고 처벌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에 눈감았다.

형법 123조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사람에게 의무없는 일을 행하게 한 죄인데, 이 사안은 검사가 검사의 일을 하게 했으므로 적용이 법리 오해라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인사 또한 재량권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말은 낫 놓고 기역이라고 부르는 판결이다. 그 낫을 누가 어떻게 들고, 평소에 써온 방식과 전혀 다르게, 과정도 유래없이 무리스럽게, 검찰인사위원회의 결의사항을 어겨 가며 휘둘렀는지에 대해 판단하도록 기소된 사안이었다.

대법원 판결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성폭력과, 조직내 성폭력 문제제기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통한 무마 은폐, 입막음을 사법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들여다봐야 하는 책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앞으로 그런 파악조차 필요없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폭력은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폭력은 권력이 기준과 원칙 위에서 행사되어도 제어되지 않는 곳에서 약자를 좌절시키고 제압하며 일어나고, 같은 방식으로 유지된다.

우리는 미투운동의 원점에 다시 서 있다. 미투운동을 일으킨 그 장벽을 다시 만났다. 그러나 더 강해진 피해자들과 지지 시민들의 밝아진 눈과 맞잡은 손과 함께 외친다. 우리는 성폭력은 이제 쉽게 할 수 없는 행위이고, 성폭력이 발생해도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고, 가해자는 처벌되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사회를 향해 갈 것이다. 퇴행은 없다. 사법부의 제대로 된 응답을 강력히 촉구한다. 파기환송심과, 검찰의 재상소, 대법원의 재상고심을 지켜보고 기다리겠다.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싸움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

2020년 1월 13일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연대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