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개복동 성매매업소 화재참사 21주기 성명서]

군산 개복동 성매매 업소 화재참사를 기억하라.

우리는 달라진 세상을 원한다.

성매매 수요차단하고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을 멈춰라!

2002년 1월 29일 오전 11시 50분, 전라북도 군산시 개복동 유흥주점 ‘아방궁’과 ‘대가’에서 불이 나 관리자 1명, 성매매여성 1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00년 9월 19일 군산시 대명동 성매매업소 화재참사가 발생한지 불과 1년 4개월만이었으며, 거리는 500미터에 불과했다.

화재는 25분 만에 진압되었지만 피해는 컸다. 아방궁과 대가는 외부에서 보면 두 개의 업소처럼 보이지만 1층에는 연결통로가 있고 2층은 공용으로 사용해 사실상 하나의 업소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은 2층으로 통하는 계단에서 의식을 잃고 뒤엉켜있던 14명과 2층 숙소에 쓰러져 있던 여성 1명을 발견했다.

아방궁과 대가의 성매매여성들은 1층에 모여 함께 잠을 자고 있었고 건물에는 비상시 탈출할 수 있는 통로가 2층 창문과 비상계단이 유일했다. 1층 유리 현관문은 아방궁 1개, 대가 2개가 있었지만 특수 잠금장치를 한 문이어서 안에서 열 수 없었다. 밖에서 열쇠로 잠글 때 12시 방향으로 뽑으면 안에서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 수 있으나 3시 방향으로 뽑으면 문을 열지 못하는 해당 지역에서 개발한 특수 제작 문이었다. 유일한 탈출구인 2층 비상계단도 열쇠가 있어야만 열 수 있는 특수 제작된 문이어서 탈출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군산시와 경찰은 합동브리핑에서 참사의 책임을 여성들에게 돌렸다. 당시 군산시장은 “새벽까지 함께한 음주로 인해 일어난 사고”라고 설명하며 “창호와 탈출구가 밀폐되어 발생한 2000년 군산 대명동 화재사고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해당 업소 업주는 2000년 9월 이미 성매매와 감금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벌금형에 불과했기 때문에 명의를 달리하여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지속해 왔다. 그리고 화재현장 50미터 거리에 개복파출소가 있었다.

정부는 2000년 대명동과 2002년 개복동은 다르다고 강조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2004년 성매매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었다. 성매매 알선 등 착취구조를 근절하고 성매수 행위를 처벌하여 수요를 차단하고 여성 인권 관점의 성매매여성 탈성매매 지원체계를 마련하였다. 이는 <윤락행위등방지법> 시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획기적인 변화였다. 성매매의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매매방지법의 한계는 분명했다. 성매매 착취의 명백한 피해자인 성매매여성을 여전히 ‘성매매 행위를 한 자’로 규정하고 성매수자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했다. 비록 ‘성매매피해자’ 규정이 신설되었지만 법적으로 피해자 인정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성매매여성은 ‘강제’와 ‘자발’의 이분법에 갇혀 성매매의 강제성을 입증했을 때에만 온전히 피해자로 인정받고 보호받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이제 피해자는 없으며 성매매여성은 자발적으로 성매매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2002년 개복동 화재참사 당시 이제 감금 성매매는 없다, 자발적 성매매여성만 있다고 한 주장들에 기시감이 든다. 과연 이제는 다른가?

성매매는 착취를 근간으로 한다. 착취의 방식만 눈에 보이던 쇠창살, 자물쇠, 특수 제작된 문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뿐이다. 그럼에도 군산 화재참사 전과 후에도 착취는 없다고 했으며, 현재도 착취는 없다고 한다. 성매매피해자는 없으며 자발적 성매매여성만 있다고 한다.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여전히 거대한 성산업이 존재하고 성매매 착취구조가 존재한다. 수많은 여성들이 이 성매매 착취구조로 고통 받고 있다.

우리는 달라진 세상을 원한다. 성매매로 착취되고 고통받는 이가 없는 세상을 원한다. 우리가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를 기억하는 이유다. 그리고 성매매 착취 구조의 해체는 성매매 수요차단과 성매매여성 비범죄화부터 시작이다.

2023년 1월 27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광주여성의전화 부설 한올지기,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대구여성인권센터, 목포여성인권지원센터 디딤, 새움터, 수원여성인권 돋음,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여성인권 티움, 인권희망 강강술래,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제주여성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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