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여성·시민 사회단체 기자회견

[기자회견문] 

수사의 위법성은 ‘성범죄’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과거사 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를 규탄한다 



어제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 송치 죄명에만 국한된 부실수사, 봐주기수사를 하였고, 수사팀의 중대한 과오 및 검찰권 남용 정황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을 지목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로 수사권고 했으며, 원주별장을 둘러싼 ‘성접대’의 진상 파악, 추가 ‘동영상’의 존재 가능성, ‘일부’ 피해 주장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가능성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검찰 출신의 주요 가해자와 조직을 비호하기 위해 사건을 조작·은폐한 검찰권 남용 사안이다. 여기 모인 여성·시민 사회단체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함께하며 사건의 본질이 성폭력 범죄임을 분명히 하고, 의혹을 명백히 밝힐 것을 촉구해왔다. 2차 피해를 발생시키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조사팀을 변경하고, 제대로 된 조사 기한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차례 과거사 위원회의 활동 기한 연장을 이끌어낸 것은 무엇보다도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 성폭력 범죄의 정의가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피해자들의 용기 있고 간절한 목소리 덕분이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이 “성인지 감수성 차원에서 여성들이 처한 특수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과거사 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무색하게도 과거사 위원회의 조사 및 심의 결과에서 성인지 감수성은 찾아볼 수 없다. 


당시 수사의 위법성은 ‘성범죄’만 수사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성범죄’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과거사 위원회는 당시 검찰이 경찰이 송치 의견을 낸 ‘성범죄 혐의’에만 국한된 부실수사를 했다고 밝혔다. 수많은 의혹이 있음에도, 이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이다. 그러나 송치 의견을 낸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점임을 과거사 위원회는 간과하고 있다. 

과거사 위원회가 밝혔듯이 당시 검찰은 윤중천, 김학의와 여성들을 대결 구도로 몰아 피해 여성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식으로 김학의 등에 대해 혐의 없다는 결론을 쉽게 만들어냈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배척하기 위해 피해자들이 서로를 탄핵하는 진술을 하게 유도하였으며,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진술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들을 추가로 제시하기도 하였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피해자들은 자신의 진술이 왜곡되어 다른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자신이 제출한 증거가 오히려 자신을 공격하는 데 쓰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조사에 임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과거사 위원회는 ‘여성들의 진술이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사정을 부각하는 데만 진력하여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 혐의 없음으로 처분하였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의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데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하기에는 이와 반대되는 다수의 객관적 증거 및 진술 증거가 있었다’고 하여 피해 여성들의 진술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또한, 서로 일면식도 없는 여성들이 각기 다른 시기에 비슷한 수법으로 동일한 가해자들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진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짜 성폭력 피해자 찾기’를 하며,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무고’ 혐의를 너무 쉽게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사 위원회 심의 결과에 언급된 성폭력 피해 여성 3명 중 진상조사단이 실제 조사를 한 피해자는 1명에 불과하다. 조사단은 당시 검찰이 피해자의 진술을 탄핵하기 위해 했던 수사의 기록 외에 과연 무엇을 추가로 조사하여 이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인가. 

과거사 위원회는 당시 검찰이 피해 여성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식으로 수사한 것이 잘못이라고 하면서, 어째서 스스로는 왜곡된 검찰의 수사기록만으로 ‘무고’를 운운하는 심의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가. 과연 이것이 성범죄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결과인가. 


수많은 가해자가 존재하지만, 아무도 처벌되지 않았다 

원주별장에서는 ‘성접대’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여성들을 ‘도구’로 이용하여 인권을 철저하게 짓밟은 반인륜적인 범죄가 수없이 저질러졌으며, 이에 가담한 사람은 김학의, 윤중천뿐이 아니다.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명시적으로 밝힌 전현직 검찰 고위관계자 외에도, 대학교수, 유명 화가, 호텔 사장, 건설업자, 대기업 회장, 고급호텔 사장, 대형병원 원장 등 수 많은 권력층이 피해자들의 진술에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위원회는 이들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과거 검찰 수사에서 이들 중 그 누구도 처벌받은 사람은 없으며, 특별 수사단을 통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도 그들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가해자는 여전히 김학의, 윤중천, 단 두 명뿐이다. 


누구의 경험과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가 

이번 과거사 위원회의 결과를 통해 우리가 확인한 것은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인식에 따라 성폭력 범죄가 완전히 왜곡되고 은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해자를 무혐의 처분 내리기로 마음먹은 검찰이 선택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것이었다. 이는 곧, 피해자의 진술이 곧잘 유일한 증거가 되는 성폭력 범죄 수사에 있어 수사 기관의 ‘의도’와 ‘인식’에 따라 성폭력 범죄가 얼마나 쉽게 왜곡, 은폐될 수 있는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는 ‘성접대’와 ‘성폭력’을 구분할 수 있다는, 구분해내고야 말겠다는 과거사 위원회를 위시한 우리 사회의 기만을 확인했다. ‘원주별장’은 누군가에게는 각자의 이익을 좇아 ‘향응’을 제공받고, ‘유흥’을 즐기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강간, 폭행, 협박, 위협, 강요, 약물 피해, 불법 촬영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공간이었으며, 철저하게 ‘물화’되고 인권이 말살되는 공간이었으며, 이름이 아닌 ‘성기’와 ‘숫자’로 불리는 공간이었다. 누구의 경험과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정의로운 일이겠는가. 


검찰은 잘못을 책임질 능력이 있는가 

부실수사, 봐주기수사를 했다고는 하지만,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는 사람도, 사과를 권하는 사람도 없다. 기나긴 시간 동안 공권력을 믿고 협조해온 피해자가 들은 소리라고는 ‘진짜 피해자’를 잘 가려내라고 수사를 촉구했다는 사실뿐이다. 

“왜 나는 계속 ‘시작’만 해야 하나요?” 

2013년, 2014년 2차례 불기소 처분을 지나 2018년 초 이 사건이 검찰 과거사위원회 본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고, 진상조사단 조사팀의 문제적인 조사 태도로 인해 조사팀이 변경되면서 피해자가 한 말이다. 요란했던 과거사 위원회는 알맹이 없이 종료되었고, 공은 다시 검찰 특별수사단으로 넘어갔다. 피해자는 또다시 ‘시작’ 앞에 섰다. 

검찰은 피해자의 또 다른 ‘시작’에 어떤 대답을 준비하고 있는가. 검찰은 잘못을 책임질 능력이 있는가. 아니, 잘못을 인정할 능력이 있는가. 검찰은 성폭력 피해를 공권력이 구제할 것이라는 간절한 믿음에 대답할 능력이 있는가. 

검찰은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로에 있다. 검찰은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고, 사건을 정의롭게 해결하여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 우리는 앞으로의 검찰의 행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본 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이 이루어질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2019년 5월 30일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여성·시민 사회단체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발언문] 
■ 한누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
처음 김학의 윤중천 사건을 접했을 때를 기억한다. 당시에는 방법을 모르고 언어가 없어 말하지 못했으나, 그 시기의 충격과 분노를 똑똑히 기억한다. 
성폭력 장면이 촬영된 증거 영상이 존재했고, 영상으로 협박해서 여성들을 성접대에 동원했다고 하는 데도 다들 별일 없이 살았다. 내가 영상 속 여성이라고 증언에 나선 여성이 있었는데도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김학의는 법률 사무소를 개업해 변호사로 활동하며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의 결말은 꽉 닫혀 다신 열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른 결말을 쓰고자 여기까지 왔다. 

어제 오후,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세간에 알려진 김학의 동영상 외 추가 동영상의 존재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이미 알려진대로, 윤중천은 성접대 장면을 촬영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윤중천이 불법촬영물 등을 이용해 다수의 여성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했다는 정황도 확인되었다. 이는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통해 여성들을 성접대에 강제 동원했다는 혐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연결된다. 실제 사이버성폭력 피해지원 현장에서, 불법촬영물 유포협박이 금품 갈취 정도로만 끝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여러 피해 여성들의 진술에 따르면, 약물 등을 활용한 성폭력, 촬영, 유포협박을 통한 성접대 요구, 다시 약물 등을 활용한 성폭력의 패턴으로 여성을 착취하는 것이 윤중천의 방식이었다고 한다. 윤중천이 김학의 등을 접대할 때, 동원한 여성들에게 약물을 투여했다는 정황은 당사자들의 증언을 통해 2011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2013년에는 실제로 피해여성의 머리카락에서 약이 검출됐고, 윤씨의 차안에서 동일한 약이 발견된 적도 있다. 그러나 당시 수사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수사에 참여한 검찰 관계자는 윤 씨의 차에서 발견된 마약을 윤 씨가 구매했다는 확증이 없어 경찰이 건넨 내용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학의 장자연 버닝썬을 포함한 여성 대상 폭력 사건들로 불거진 국가에 대한 불신이 지금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는 것을 통감해야 한다. ‘불의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회복하지 못한 채 맞이할 내일을 두려워해야 한다. 검찰의 존재 이유는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안녕과 인권을 지키는 국가 최고 법집행기관으로서 각종 범죄로부터 국민 개개인과 사회 및 국가를 보호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 대한 검찰의 책임을 직시하고 부끄럽지 않은 검찰이 위해서는, 그동안 여성의 신체를 거래하고 소비해 온 남성들의 이름을 낱낱히 밝혀야 한다. 그동안 일종의 가쉽거리처럼 소비되어왔던 김학의, 윤중천의 불법촬영을 포함해 전체 성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잘못을 덮고, 눈감아줘도 괜찮은 과거는 끝났다.

■ 이정아 경기여성단체연합 대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수사가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할 의무를 저버린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였다고 과거사위가 어제 밝혔다. ‘윤중천 리스트’에 여럿.. 그 잘난 고위관계자들이 등장했다. 얼마나 놀랐을까 형님/동생/동기 운운하던 그 공고한 남성들만의 연대감을 발휘해야만 했다. 
넘쳐났던 증거들은 모두 덮었다. 
그러고선 경찰이 송치한 성범죄 혐의에만 수사를 국한하여, 그조차 어이없게도 오히려 성범죄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의 진술을 탄핵하는데 주력하며 성폭력피해 진짜 가짜 감별을 하고 앉아 무슨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변죽만 올리다 보란 듯 사건을 무력화시켜버렸다. 

이것이 공범이 아니면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그렇게 면죄부를 주고 사건을 은폐하는 동안 당시 피해상황을 증언했던 여성들은 어떤 모욕감과 불안감에 떨어야 했는지 그런 검찰은 감히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도대체 정의로운 나라란 무엇이냐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멈춰야 한다는 외침이 어떤 간절한 열망을 담고 있는지 그런 검찰은 감히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저 경찰 수사기록에 등장하는 속칭 제 식구들이 등장하는 것에 놀라 덮어버리는 멍청하고 찌질한 짓거리를 서슴없이 하고도 젠체하는 검찰의 행태를 보며 
이제 검찰개혁 기대 따위 접었다. 
하지만 그나마 그 옷을 입고 있는 동안 진실을 외면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뭉개지 않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그럴싸한 말로 포장했던 더 나은 미래 어쩌고저쩌고 했던 말이 덜 부끄러울 것이다.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우리는 지켜볼 것이며 지치지 않고 싸워나갈 것이다. 
더 이상 여성이 사소하게 다뤄지는것도… 더이상 여성이 성폭력에 무너질 수 없기 때문이다. 

고 장자연씨 사건, 김학의, 버닝썬을 관통하는 성폭력에 대해 반드시 우리 다함께 나서 응징할 때 비로소 폭력을 멈추는 사회로 나가는 단초가 될 것이다 
이 사건들을 지속적으로 알려내기 위한 활동과 
정치권이 더이상 방관하지 말라는 압박과, 
당시 검사들을 고발조치해야 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해나갈 것이다.
■ 김부정은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안녕하세요. 저는 김부정은이라고 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 회원이고, 매주 전화상담 자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상담실로 전화를 건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제 피해가 ‘성폭력’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만약 인정되지 않는다면, 제가 역으로 ‘무고죄’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나요? 많은 피해자들이 법 앞에서 주저하고 불안해하며 등을 돌리기도 합니다. 그들이 자신의 피해 내용을 확신하지 못해서일까요? 제가 만난 그들은 그 상황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진 성폭력 피해 상황임을 인지하고 저에게 설명해 주었으며, 가해자가 자신의 가해 행위에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고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법 앞에서 이렇게 주저하고 불안해했을까요? 그들은 법의 목소리가 피해자인 자신을 의심하고, 검증하려는 목소리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인터넷 뉴스를 통해,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그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제 발표된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조사 및 심의 결과에는 경찰이 성범죄 관련 범행만 송치하였기 때문에, 검찰에서는 다른 범행 사실을 조사하지 않은 채 여성 피해자의 신빙성에만 집중하였고 그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식으로 수사가 마무리되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저는 이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결국 검찰에게 성범죄는 여성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인 범죄입니까? 검찰에게 성범죄 조사란 피해자 진술에 근거해 각종 유·무형의 증거들, 참고인 및 가해자 진술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조사하는 것입니까? 어째서 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의 성범죄 인식 및 수사 내용에 대한 자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의 수사왜곡”을 운운하는 것입니까? 

성범죄를 여성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의 문제로 보는 관점은 향후 성범죄 수사 방향에 대한 권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과거사위원회는 피해 여성 진술에 대한 재검토 및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권고하면서도, 재수사 내용을 ‘성폭력 피해 여부 내지 무고 가능성’으로 명시하며 성폭력 피해 가능성과 무고 가능성을 등치시키고 있습니다. 향후 검찰 수사단이 조사하고자 하는 것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아닌지 의심됩니다. 검찰의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 의혹 및 검찰 내 스폰서 문화, 성접대 관행이 확인된 이 시점에 재고돼야 하는 것은 수사기관으로서 검찰의 ‘신빙성’ 아닙니까? 성폭력 피해를 재수사함에 있어 검찰이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피해자의 무고 가능성이 아니라 수사기관으로서 검찰의 자성과 개혁 의지, 그리고 성범죄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태도입니다. 

과거사위원회는 심의 결과 “성범죄 처벌 및 피해자 구제에 미흡한 사정이 확인되고” 있으므로 관련 법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이 불가능했던 게 법이 없어서입니까? 우리는 매번 새로운 현실에 맞는 새로운 법의 뒤꽁무니를 쫓아가야 합니까? 법이 문제가 아니라 법을 누가, 어떻게 운용하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은 피해 여성의 목소리를 신뢰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검찰 수사단이 성폭력 피해를 어떻게 재수사하고 기소할지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지금 법 앞에 선, 그리고 법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수많은 다른 여성들과 함께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1. 법무부·검찰 과거사 위원회와 산하 대검 진상조사단이 강제조사권이 없는 임의 기구라는 한계를 고려할 때 과거 검찰의 수사과정에서의 사건 은폐·축소 진상을 규명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하여도 어제의 권고 결과는 성폭력 사건을 중심으로 볼 때 크게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2. 먼저, 과거 수사 당시 경찰에서의 3명 중 2명의 성폭력 피해고소와 1명의 1년 8개월간의 성폭력 피해진술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다양한 수사지휘와 경찰의 각종 압수수색영장신청에 대한 기각을 통한 증거수집 방해 등 수사방해에 해당할 수 있는 조치들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는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경찰에서 성폭력 피해진술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여성 3인에 대하여 검찰에서 성폭력 사건의 대부분을 입건조차 하지 않은 채 경찰에서의 피해자 진술 및 목격자 진술 등 피해사실에 부합하는 참고인들 조사 결과를 검찰에서 마치 변호인처럼 탄핵신문으로 일관한 후 이미 조사된 범죄혐의 중 경찰에서 송치된 죄명에 국한하여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면서 무혐의 처리를 한 것에 대한 참고인 조사들을 통하여 그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여야 함에도 이를 하지 못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결국 이 부분은 모두 수사단의 엄정한 수사를 통하여 과거 왜곡된 검찰조사 결과를 바로잡아야만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3. 우리는 수사단에 대하여 과거 검찰 송치 이후 탄핵으로 일관한 성폭력 사건 조사결과를 바로잡기 위한 충분한 참고인 조사를 하여 과거 검찰 조사 결과를 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피해자들 모두가 특수강간 등 거듭된 성폭력으로 인하여 외상후 스트레스 장해 증후군에 현재까지도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 대부분이 엄정한 법의 심판을 통하여 엄벌에 처하여질 수 있도록 남은 김 전차관의 구속기간 내에 전력을 다하여 수사를 함으로써 위 3명의 피해자들에 대한 은폐·축소 수사의 잘못을 시정하여 수사기관으로서의 공정성과 신뢰를 찾기를 촉구합니다. 나아가, 본 건 성폭력 사건은 2006년 7월부터를 기준으로 하여도 약 6년간 장기간에 걸쳐서 자행된 사건으로 위 피해자 3인 이외에도 많은 피해여성들이 있고, 조사결과에도 확인되듯이 사회특수층이라고 지칭될 수 있는 검찰고위직 등의 많은 가해자들이 있는 바,이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로 과거 이 사건을 축소, 은폐한 잘못을 시정하고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엄정한 수사를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또한, 과거 권력의 편에 서서 진실규명을 외면한 채 사건의 은폐 축소를 주도하거나 가담한 검사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징계를 함으로써 검찰이 과거 잘못을 국민들에게 용서받고 신뢰받는 수사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바라면서 여성·시민사회계 모두는 국민들과 함꼐 두 눈 부릅뜨고 검찰 수사단의 수사를 지켜볼 것임을 엄중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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